'위장 생수트럭 등장'…김정은, 딸 김주애와 9.9절 열병식 참석

입력 2023-09-10 14:34   수정 2023-09-10 15:52


북한이 정권수립 75주년(9·9절)을 맞아 덤프트럭, 탑차로 위장한 방사포를 내세운 '민방위무력 열병식’을 열었다. 전략 무기를 등장시켜 대외적으로 존재감을 과시하기보다는 내부 결속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지난 8일 저녁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개최된 이번 열병식은 정규군이 아닌 우리의 예비군과 비슷한 노농적위군을 중심으로 한 '민방위무력 열병식'으로 진행됐다. 각 지자체와 기업소, 대학 등에서 종대를 꾸려 행진했다. 선두에는 '수도당원사단종대'가 섰고 김일성종합대, 황해제철연합기업소, 국가과학원 종대 등이 뒤를 이었다. 이날 정권수립 70주년인 2018년에 이어 5년 만에 중앙보고대회도 개최됐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설은 이뤄지지 않았다.

민방위무력 열병식인 만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같은 전략 무기 대신 방사포 등 재래식 무기가 대거 등장했다. 통신이 공개한 현장 사진에선 '룡악산 샘물' 상호가 표시된 하얀색 탑차 6대, '건설의 대번영기', '자력갱생' 문구가 새겨진 건설용 빨간색 덤프트럭 6대에 각각 방사포가 설치돼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북한 매체들은 이를 '위장방사포병 구분대'라고 소개했다.

이번 열병식에서는 지난 7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방북 당시 진행한 열병식처럼 외국사절이 부각되지는 않았다. 중국은 류궈중 국무원 부총리를 단장으로 하는 당·정부 대표단을 파견했지만 김정은 옆에 나란히 서서 열병식을 지켜보는 모습이 연출되지 않았다. 러시아는 대표단 대신 군대 아카데미 협주단만 현장에 보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축전을 통해 북한과의 연대가 확고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건 딸 김주애였다. 김주애는 김정은 바로 옆 자리에 정장을 입고 앉아서 열병식을 지켜봤다. 김정은 부인 리설주는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대신 수행한 것이다.

북한군 서열 1위 자리에서 해임됐다가 최근 군 최고 계급인 '원수'를 달고 복귀한 박정천 군정지도부장이 한쪽 무릎을 끓고 김주애게 귓속말하는 모습도 포착되기도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 2월 열병식과 비교하면 딸의 위치가 김정은 쪽으로 더 가까워져 의식에서 예우가 격상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정은이 김주애를 대동하고 ‘주석단 특별석’에 같이 앉은 것은 앞으로 김주애를 대외관계에도 서서히 노출시키겠다는 의도로 추정된다"며 "김주애가 비록 어떠한 공식 직책도 없지만, 군주제 국가의 왕족에 해당하는 ‘백두혈통’으로서 김정은 다음 가는 위상을 이미 차지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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